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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영화 "라라랜드" (2016):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반짝이는 감정의 선율

by sportslover0209 2025. 5. 23.

음악과 꿈이 춤추는 도시, 라라랜드

영화 '라라랜드'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던 무대, 그리고 그 무대를 향한 여정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과 감정들을 담담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016년 개봉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영화음악과 영상미로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단순한 뮤지컬 영화라기보다는 ‘현실적인 환상’을 담은 한 편의 시적 드라마라고 느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한 여배우 지망생과 재즈 피아니스트의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각각의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과정은 마치 관객 자신이 그 도시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흐르는 재즈 음악과 따스한 색감은 현실과는 다른 차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줄 만큼 환상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히려 현실적이라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단순히 감각적인 음악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와 선택들이 더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꿈을 좇는 과정에서의 희망, 불안, 타협, 그리고 사랑과의 균형 같은 것들이 제 삶의 어느 순간과도 겹쳐졌기 때문입니다.

 

영화 "라라랜드" 공식 배포 포스터

감정이 흐르는 춤과 음악, 그 안에 담긴 이야기

‘라라랜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역시 음악과 춤입니다. 첫 장면부터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댄스 시퀀스는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습니다. 이후에도 각 장면마다 등장하는 음악과 안무는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특히, 밤하늘 아래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자,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음악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의 마음을 대변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미아가 오디션에서 부르는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은 그녀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순간이었고,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City of Stars’는 두 사람의 관계를 묘하게 암시합니다. 이처럼 멜로디 하나, 피아노 한 소절에 담긴 감정의 농도는 가사가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울립니다.

영화를 보며 가장 감탄했던 건, 이 모든 연출이 과하지 않게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종종 뮤지컬 영화는 현실에서 이탈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라라랜드’는 음악과 춤이 영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느낌을 전달합니다. 음악이 있어서 과장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음악이 없으면 부족했을 감정들이었기에 더 진심으로 다가왔습니다.

 

 꿈, 현실,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

‘라라랜드’는 궁극적으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도, 점차 각자의 방향이 달라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들이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갈등과 선택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특히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며 보여주는 후반부의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과 아쉬움, 그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이 펼쳐지는 그 장면은, 꿈을 위해 희생한 것들에 대한 아련함을 안겨주고,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중요한 건 영화가 그 어떤 선택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자신이 원했던 삶에 도달했고, 동시에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현실이든 환상이든, 그 감정은 여전히 유효하고 진실합니다. 이 영화는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아름답습니다.

 

‘라라랜드’는 단지 사랑 이야기나 음악 영화로 한정짓기엔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사랑의 영화, 꿈에 대한 영화, 혹은 삶의 갈림길에 선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모든 의미가 뒤섞인,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장면 뒤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을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라랜드’는 결국, 우리 모두가 잠시 머물다 떠나온 꿈의 도시일지도 모릅니다.